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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수식어의 이면>

작성일
2022-06-17
작성자
운영자
조회
138

첨부파일 #1. 인권포럼사진.jpg

장애인인권이야기] 오지나 / 제주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최근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내가 근무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에도 ‘휠체어를 타고 제주도에서 갈 수 있는 곳’을 묻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 고령자 등의 관광 약자 당사자와 보호자는 관광 욕구와 그에 필요한 자본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행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편하게 관광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에 부딪히곤 한다.


관광 약자가 제주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에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의 관광환경 접근성 실태


2020년 도내 공영관광지 50개소의 모니터링 결과, 6개소는 동행자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고, 9개소에서는 도움을 받더라도 관광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점자 안내, 수어 안내 등의 정보는 대다수 관광지에서 제공되지 않았다. 이렇듯 관광 약자는 제주의 ‘공영’관광지에서조차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며 육성에 나선 웰니스 관광지는 어떨까. 웰니스 관광은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인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웰니스 관광지 선정에서도 관광 약자의 접근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현장 모니터링에서도 대다수 웰니스 관광지의 접근성이 미흡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웰니스는 행복과 건강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제주의 ‘공식 인증’ 웰니스 관광지에서 관광 약자는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작년에 진행한 도내 모범음식점의 모니터링 결과에서는, 총 450개소 중 관광 약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 171개소뿐이었다. 관광 약자가 방문해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 약 38%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접근 불가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음식점 주출입구에 있던 계단이나 턱이었다. 모범음식점 지정 평가 기준표에는 ‘장애인편의시설’ 항목도 있지만, 점수가 낮아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음식점을 방문할 때 그곳의 위생과 친절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음식점에 들어갈 수도 없는 이들에게 위생과 친절은 의미가 없다. 관광 약자가 느끼는 차별이 ‘모범’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영’, ‘공식 인증’, ‘모범’ 등의 수식어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좋은 곳’, ‘가고 싶은 곳’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수식어가 곧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이 되지 않는 것은 씁쓸하다.


-모두가 자유롭게 여행하는 제주가 되기를 바라며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 국내 관광 약자는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그들의 동행자를 포함하면 전체인구 중 약 40%에 달한다.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장애 인구 증가에 따라 관광 약자의 관광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관광진흥법 제47조의3 「장애인 관광 활동의 지원」, 관광진흥법 제47조의4 「관광 취약계층의 관광복지 증진 시책 강구」 등의 법률로 관광 약자의 관광 활동을 보장한다. 제주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관광 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하여 ‘관광 약자의 관광 활동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 약자의 관광 활동을 위한 법적 체계가 마련되어 있으나, 관광 약자가 실제로 접근하기 좋은 관광지, 음식점, 숙박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국관광공사의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2014)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광지가 개선될 경우, 추천 의향, 방문의향 등이 매우 높았으며, 여행 경비의 지불 의향 역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제 무장애 관광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제주 관광 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관광환경의 접근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제주도는 실질적인 정책 보완과 시행으로 관광지, 음식점, 숙박지에 적합한 편의시설이 설치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당장 안전상 문제나 지리적 특성으로 개선이 어려운 경우 대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식 인증 관광지, 모범음식점 등을 선정할 때는 기준 항목에 접근성 관련 사항을 강화하여 관광 약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접근성 개선 과정에서 상담과 재정적 지원, 관광사업자의 인식 개선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관광업계에서는 관광 약자를 중요한 소비자로 인식하고,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광 약자의 관광 활동 보장은 그들에게 특별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비장애인이 당연히 여기는 것을 관광 약자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제, ‘공영’, ‘공식 인증’ 같은 수식어에 관광 약자도 ‘함께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기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모두가 접근 가능한 제주 관광’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헤드라인제주(http://www.headlinejeju.co.kr)